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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산책 여덟 번째

by 후엔화 2022.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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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산책 여덟 번째

독서산책 여덟 번째

1. [문학] 기러기: 메리 올리버 시선집

그대는 이 세상을 사랑하는가? / 그대의 소박하고 비단결 같은 삶을 소중히 여기는가? / 공포를 딛고 선 초록 풀을 숭배하는가? 예찬의 시인으로 알려진 메리 올리버가 국내에 소개된 것은 완벽한 날들, 휘파람 부는 사람 같은 산문집이 먼저였다. 평이해 보이지만 얼핏 스쳐 지나가기 쉬운 꽃과 사물, 그리고 사람에 관해 깊고 오래 들여다본 눈으로 발견한 점을 독자에게 속삭이듯 들려주는 작가. 시 세계를 제대로 살펴볼 수 있는 책이 출간되기도 전에 그녀의 글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서서히 늘어갔다. 그리고 이 책, 메리 올리버를 세계적으로 유명한 시인으로 만든 시선집이자 전미도서상 수상작인 기러기가 드디어 출간되었다. 시인이 1963년부터 1992년까지 쓴 142편의 시를 엮은. 그녀에게 붙은 수식들은 많다. 자연과 가장 가깝게 교감한 시인, 경이와 사랑의 시인, 그리고 작가들이 사랑하는 작가 위로와 어떤 다정한 말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기러기라는 시를 권한다. 착하지 않아도 돼. 참회하며 드넓은 사막을 무릎으로 건너지 않아도 돼. 그저 너의 몸이라는 여린 동물이 사랑하는 걸 사랑하게 하면 돼.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세상은 너의 상상에 맡겨져 있지, 저 기러기들처럼 거칠고 흥겨운 소리로 너에게 소리치지-세상 만물이 이룬 가족 안에 네가 있음을 거듭거듭 알려주지.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시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쌀>을 적어 가만히 건네고 싶다. 이런 마지막 행은 더욱 정성껏 적어서 난 당신이 진흙을 축복처럼 두 손 가득 쥐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새해를 맞는 우리 모두를 위해서는 블랙워터 숲에서의 일부분을 이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세 가지를 할 수 있어야만 하지. 유한한 생명을 사랑하기, 자신의 삶이 그것에 달려 있음을 알고 그걸 끌어안기, 그리고 놓아줄 때가 되면 놓아주기. 시 읽기, 특히 메리 올리버의 시를 읽는 시간은 어두웠던 마음을 접고 일상의 쪽으로 다시 몸을 돌리는 감정의 움직임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경험한다. 시집을 덮고 나면 메리 올리버처럼 우리는 이 진실한 질문을, 숨을 쉬듯 깊고 간절하게 받아들이게 될지 모른다. 자, 이제 어떻게 이 세상을 사랑할 것인가 하는 

 

 

2. [인물 예술] 음악의 언어: 흐르는 시간에서 음표를 건져 올리는 법

"먼저 악기에서 손을 떼고 노래부터 해봐. 그러면 자연스레 알게 될 거야. 네가 어떤 마음을 보여 주고 싶은지." 송은혜 선생의 이 책은 낮고 잔잔하지만 읽는 이들이 마음속에서 각자의 삶의 장면들을 돌이켜보게 만드는 은은한 선율의 피아노 연주곡 같은 책이다. 베토벤의 마지막 작품 중 하나인 디아벨리 변주곡 같이 33개의 짧은 에세이들(선생은 각 에세이마다 변주곡 번호를 붙이고 있다)로 이루어진 이 책에서 저자는 음악이란 결국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라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드물게 미국을 거쳐 프랑스에서 음악 공부를 한 선생은 처음 음악을 배울 때부터 연주자로 활동할 때, 그리고 프랑스에서 음악 선생으로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경험했던 음악의 고통과 기쁨을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연주자가 곡을 연주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연습과 해석의 노력을 기울이는지 실감하게 된다. 불가능한 완전성을 추구하는 것이 예술가의 숙명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다른 한편 선생은 이국의 땅에서 살면서, 음악 속에서 한국의 사회와 역사의 면들과 조우하기도 한다. 세월호 참사와 일제 강점기에 파리로 이주한 한인 운동가의 프랑스 후손에 관한 이야기는, 선생이 음악을 시간의 한편을 꾹 눌러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하나로 연결해 주는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를 짐작케 한다. 국내에는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이 많은데, 의외로 클래식 음악에 관한 좋은 인문학 저서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음악과 인생에 대한 저자의 통찰이 어우러져 자연스러운 깊이를 얻고 있는 좋은 에세이집이다. 

 

 

3. [사회과학] 희생자의식 민족주의: 고통을 경쟁하는 지구적 기억 전쟁

"희생자의식 민족주의는 후속 세대들이 앞 세대가 겪은 희생자의 경험과 지위를 세습하고, 세습된 희생자의식을 통해 현재 자신들의 민족주의에 도덕적 정당성과 정치적 알리바이를 부여하는 기억 서사이다." 역사는 지나간 일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일에 대한 기억은 현실을 정의하고 미래를 위한 방향 설정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한다. 미소 냉전 종식 이후 오늘날의 세계는 정보통신과 교통수단의 발달에 힘입어 전 지구적 시장 체계가 되어가고 있지만 강고한 국민국가의 틀은 건재하다. 제국주의의 시대가 끝나고 식민주의가 막을 내린 오늘날 세계 각국의 역사 해석은 지난날에 겪은 갖가지 집단적 고통을 강조하며 희생자 국민의식을 부추기고 있다. 독일 - 이탈리아-일본-일본 등 2차 대전의 가해자들이 주장하는 왜곡된 희생자 의식이 한 축이라면 폴란드-이스라엘-한국 등이 내세우는 세습적 희생자 의식이 또 하나의 축을 구성한다. 이 책은 고통을 경쟁하는 국가별 기억 체계를 넘어 연대를 불러일으키는 지구적 차원의 기억체계를 지향한다. 명로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역사적 저술로 널리 알려진 임지현 교수가 십 년 넘게 지속한 연구의 결과물인 이 책은 일국사적 경제에 같혀 잇는 편파적 기억 체제가 아니라 국경을 넘나드는 지구적 기억의 윤리를 진지하게 탐색한다. 국가주의와 민족주의를 넘어서 동아시아라는 지역과 전 지구적 차우너에서 사고하는 서양사학자의 논의가 빛난다 

 

출처 : 정책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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